[단독] 태영, 워크아웃 실패하면 3조 에코비트 KKR에 뺏긴다

입력 2024-01-04 14:13   수정 2024-01-04 16:25

이 기사는 01월 04일 14: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그룹이 3조원 몸값의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KKR에 한 푼도 못받고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KKR은 지난해 1월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에 4000억원을 대출로 제공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50%를 담보로 잡았다. KKR은 TY홀딩스의 재무 위험으로 디폴트가 발생하면 에코비트 지분을 몰취할 수 있는 조항을 주주간 계약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트리거는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제공한 연대보증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돌입하거나 만기도래한 채무를 갚지 못하면 연대보증을 제공한 TY홀딩스에도 크로스디폴트(연쇄부도)가 발동한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그룹 자구계획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KKR에 지분 전량이 넘어가면 자칫 한푼도 건질 수 없어 이번 구조조정 향배를 가를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에코비트 매각이 자구안 핵심인데...TY홀딩스 디폴트로 1원도 못건질 판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Y홀딩스가 지난해 1월 KKR로부터 차입한 40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가 기한이익상실(EOD)을 앞두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일부 사업장 등 총 31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공한 TY홀딩스의 재무 위기로 번질 위기에 처하면서다. KKR 측도 담보권 실행가능성을 검토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KR이 담보권을 행사해 에코비트의 지분을 TY홀딩스로부터 몰취하면 태영건설의 정상화 절차에도 적신호가 켜지게 된다. 태영건설은 채권단에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 대금을 자구책으로 제시했다. 에코비트는 현재 TY홀딩스와 KKR이 각각 50대 50 지분율을 보유한 합작사다. 태영 측은 전체 몸값이 3조원까지 평가되는 에코비트를 매각해 약 1조원을 마련, 채권단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KKR이 에코비트 지분에 대한 담보권을 행사해 지분을 몰취하면 태영은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된다.

태영 측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태영건설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난 3일 열린 채권단설명회에서 양 측이 이견을 보이며 워크아웃 순항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태영 측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과 블루원 매각 대금 등을 TY홀딩스의 연대채무를 해소하는 데 일부 먼저 써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산업은행은 태영건설 지원이 우선되지 않아 워크아웃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채권단에선 태영이 TY홀딩스 연대채무를 먼저 갚아 태영건설과 절연한 후 태영건설의 법정관리에 나서는 '꼬리자르기' 행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TY홀딩스 급한불 끄기채권단은 태영건설 '꼬리자르기' 의심
채권단은 TY홀딩스가 약속을 저버리고 자신들의 채무 상환에 급급한 것을 결국 에코비트를 지키기 위한 행보로 의심하고 있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연대채무를 모두 갚아 디폴트 우려를 해소하면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TY홀딩스로 불씨가 옮겨붙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태영건설과 TY홀딩스를 절연한 후 나머지 계열사를 지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양 측의 대치가 촉발된 계기는 태영 측이 지난달 28일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으로 확보한 2062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대신 TY홀딩스가 보증한 경북 구미 꽃동산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채무 500억원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런 태영 측의 행보가 '자충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태영 측 자구안은 태영건설 지원이 아니라 총수 재산 핵심인 티와이홀딩스 지키기 또는 오너일가를 위한 자구계획이라는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티와이홀딩스가 갖고 있는 유동자산이 워크아웃 계획에 1원도 포함 안됐다"고 비판했다.

현재 TY홀딩스에 만기도래하는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제공한 태영건설 연대채무 800억원은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상환 유예 상태에 있다. 채권단과 대치가 극에 달해 다시 상환 요청에 돌입하면 갈길이 바쁜 태영 측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KKR 입장에선 태영이 채권단 및 금융당국과 대치하는 상황이 유리할 수 있다. KKR이 계약서상 권리대로 에코비트의 지분 몰취를 강행하면 자칫 '평판 리스크'를 쥘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태영 측이 계약서상 문구 해석을 두고 법정공방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태영 측이 돌연 태영건설의 법정관리를 선언하거나 유의미한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KKR도 담보권 행사를 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태영에 대해 "시공·시행 한꺼번에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벌었고 상당부분 총수 일가 자산증식에 쓰였는 데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손실은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 수분양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태영 측이 돌연 법정관리를 선언하거나 채권단과 극단적으로 대치하다보면 자본시장에서도 반감이 커질 수 있다보니 KKR 측이 몰취권을 행사하기에 부담이 한층 적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통보 나선 채권단...SBS도 매각할까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일관되게 태영그룹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하는 오는 11일 1차 채권단 협의회 이전에 보다 전향적인 자구안을 제출할 것을 태영그룹 측에 요청한 상황이다. 11일까지 채권단을 납득할 만한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으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계열사를 상당 부분 정리한 태영그룹에 남은 카드는 SBS와 오너일가가 보유 중인 TY홀딩스 지분 뿐이다. 채권단은 모든 방안을 위임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순항을 보이기 어렵다는 의사가 확고한 상황이다. 다만 태영 측은 "채권단이 원하면 SBS 매각 방안을 찾겠다"면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방송법상 제약이 많다"고 답변해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한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두산그룹도 2020년 채권단관리에 돌입하면서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모두 내놓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50여명의 대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계열사들의 처분까지 채권단에게 맡겼다"라며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의 행보는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태영그룹은 지난 3일 채권단 설명회가 끝난 뒤로 아직까지 산은 등 채권단에 별다른 연락 없이 묵묵부답 상태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태영그룹이 추가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연쇄적인 피해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협력업체는 물론 일반 상거래 채권까지 모든 채무를 동결하고 수주 계약도 해지된다.

차준호 / 박종관 / 류병화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